종부세 개편안 분석: 시가 30억까지 세부담 줄고 35억부터 증가하는 이유
서론
정부가 8월 3일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초고가·비거주·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이지만, 정작 시가 30억원 안팎의 실거주 1주택자는 오히려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과세 정상화 취지에 맞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번 개편안의 핵심 내용과 실제로 누구의 세금이 늘고 줄어드는지 데이터 중심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종부세 과세체계,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 기준으로
재정경제부는 종부세 과세체계를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달리하던 방식에서 주택가액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기본공제액도 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됩니다. 거주용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집니다.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가액별로 기본공제금액을 차등 적용해, 비거주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세 부담이 커지도록 설계됐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조정됩니다. 1주택자는 70%로, 다주택자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80%까지 인상됩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60%까지 낮아졌던 비율을 일정 부분 회복하는 것이지만, 과세표준을 공시가격 수준에 가깝게 정상화하는 데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입니다.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이번 개편에서 그대로 유지됩니다.
구간별 세율, 얼마나 오르나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과세표준 구간 (시가 환산) | 현행 | 2026년 | 2028년 |
|---|---|---|---|
| 6억~12억원 (32.2억~44.5억원) | 1.0% | 1.3% | 1.3% |
| 12억~25억원 (44.5억~71억원, 1·2주택자) | 1.3% | 1.5% | 2.0%(다주택자와 동일) |
| 25억원 초과 (71억원 초과) | - | 인상 시작 | 다주택자와 동일 |
즉 2028년이 되면 일정 구간 이상 고가 주택은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같은 세율이 적용되는 구조로 수렴합니다.
실제로 82.7%는 세금이 줄어든다
이번 개편의 핵심 논란은 실거주자 보호 명목으로 상당수 중산층에게는 오히려 종부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거주용 1주택 종부세 납세자 48만577명 가운데 과세표준 6억원(시가 32억2000만원) 이하는 39만7216명으로 전체의 82.7%에 달합니다. 서울 마포·용산·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한강벨트'의 주요 아파트도 상당수 이 가격대에 걸쳐 있어, 세제개편의 영향권 밖에 놓이는 셈입니다.
종부세 부담이 실제로 늘어나기 시작하는 지점은 시가 35억원 수준부터입니다. 구체적으로 시가 35억원 주택은 종부세가 51만4000원, 40억원 주택은 156만5000원, 50억원 주택은 563만8000원 각각 증가합니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예: 60세, 보유 10년 기준)의 종부세는 기본공제 축소와 세율 인상이 겹치며 약 4배 늘어날 전망입니다. 실거주 1주택자는 시가 20억원까지는 아예 종부세 대상이 아니며, 32억원 안팎까지는 세율 동결과 기본공제 확대가 맞물려 세 부담이 오히려 소폭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손질됐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도 함께 개편됩니다. 2028년부터는 거주 공제율을 최대 60%로 확대하는 대신 보유 공제율은 최대 20%로 축소하고, 2029년부터는 보유 공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거주 공제만 최대 80%까지 인정하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공제 한도도 새로 생겨, 2028년부터 최대 20억원, 2029년부터는 10억원으로 낮아집니다.
다만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귀속 양도가액 12억원 초과 1세대 1주택의 건당 평균 공제액은 강남구가 5억4000만원으로 가장 많아, 고가 주택에 돌아가는 혜택은 상한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조정대상지역 주택 양도세 중과를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5월 10일 재개됐던 중과가 다시 유예되는 것으로, 다주택자가 보유세 인상 전에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는 조치로 해석됩니다.
전문가들의 엇갈린 평가
이번 개편안을 둘러싼 전문가 평가는 엇갈립니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 부담 상한을 절충적으로 조정해, 다주택자가 당장 집을 내놓아야 한다고 느낄 만큼 강한 신호를 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주의자와 증세론자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 힘든 애매한 세제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성훈 한양대 교수는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재산세 특례를 그대로 둔 채 종부세만 손질한 데는 한계가 있고, 양도세 중과 재유예로 실제 매물과 공급이 늘지 않으면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 역시 초고가 주택에만 집중된 제한적 개편만으로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며, 향후 정책 변경 가능성을 기대하며 다주택자가 매도하지 않고 버틸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한편 이번 개편안이 반영된 첫 종부세 고지서는 2027년 말에 발송될 예정인데, 이는 2028년 4월 총선을 약 4개월 앞둔 시점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세 부담 증가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인상 폭과 시행 속도를 조절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결론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초고가·비거주·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지만, 정작 대다수 실거주 중산층에게는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부동산 과세 정상화라는 원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이 개편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 입법예고와 국무회의를 거쳐 정기국회에 법안으로 제출되는 단계입니다. 실제 시행 여부와 세부 내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최종 확정 내용은 기획재정부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하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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